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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 우리나라

울릉도 자유여행 : 2박 3일 출발. 강릉에서 울릉도 씨스타호 후기(feat.뱃멀미)

by 수쟁이 2018. 10. 23.

2박 3일 울릉도 여행의 시작. 울릉도로 출발하는 날. 예매해둔 티켓은 오전 8시 20분 강릉발 울릉도행 씨스타호였다. 우리는 총 4명이었는데 티켓을 며칠 간격을 두고 구매했더니 자리가 떨어져서 나왔다. 예매하는 순서대로 자리가 지정되는 시스템인가보다. 다행히 출발하는 날은 빈자리가 꽤 있어서 옹기종기 모여 앉을 수 있었다. 


씨스타호 예매는 딱히 홈페이지에서 예약하지 않고 씨스타호 사무실로 전화해서 예약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남편이 마지막에 울릉도 여행에 합류했는데 출발하기 이틀 전이라서 홈페이지 예매가 불가능했다. 다행히 사무실에 전화해서 이름과 전화번호를 불러주고 예약을 할 수 있었다. 홈페이지 예약과 차이점이라면 결제를 미리 하느냐 강릉 여객터미널에서 하느냐 정도?


강릉에서 출발해서 울릉도로 들어가는 씨스타호는 일반석과 우등석이 있는데 그 차이는 1층은 일반석, 2층은 우등석이다. 

우리는 그래도 우등석이 낫겠지 하는 생각으로 왕복 우등석 티켓을 구입했다. 5천원 비싼 값을 하겠지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강릉에서 울릉도 씨스타호 배편 요금>

일반석: 대인 61,000원. 학생 55,050원. 경로 49,100원. 소아 30,500원

우등석: 대인 66,950원. 학생 60,450원. 경로 53,900원. 소아 33,500원


출항하기 1시간 전에 여객터미널에 와서 티켓을 발권하지 않으면 예약을 보장할 수 없다는 협박같은 문자를 받고 새벽에 출발해서 휴게소에서 졸다가 달리다가 졸다가를 반복하며 6시 50분 쯤 여객 터미널에 도착했지만 문이 잠겨있었다. 정말 딱 한시간 전부터 오라는 얘기였나 싶어서 별수 업이 아침이나 먹으러 강릉항 근처를 맴돌았다. 강릉은 초당 순두부가 유명하다고 지천에 깔려있을 거라고 얘기를 들었는데 막상 아침 일찍 여는 곳이 별로 없었다. 세븐일레븐 뒷편으로 돌아가니 한군데 문을 열었길래 냉큼 들어갔다. 우리 말고도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침을 먹고 있었다.


강릉 여객터미널 근처 순두부집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세븐일레븐에서 멀미약과 배에서마실 맥주를 사서 다시 여객터미널로 돌아가니 7시 40분 쯤 되었다. 무사히 표를 발권받고 시간이 되길 기다렸다가 승선했다. 1층에는 간단한 매점이 있어서 멀미약이나 간식거리를 구입할 수 있다. 캐리어 같은 큰 짐은 1층에 보관하라고 하는데 보관할 장소도 넓지 않고 그냥 2층으로 들고 올라가는게 낫다. 내릴 때는 다른 문으로 내려갈 수 있는데 1층에 짐이 있으면 왔다갔다 귀찮으니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1층 승객은 절대 올라가지 말라고 써있는데 뭐하러 저렇게까지 하나 싶었다가 배가 출항하고 나니 안전을 위해서 그런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딱히 2층에 올라갈 필요도 없는게 멀미가 심하다면 1층에 있는게 낫고 씨스타호는 어차피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1, 2층의 차이일 뿐이지 그냥 버스처럼 승객칸에만 얌전히 앉아있어야 한다. 딱히 왜 우등석인지는 모르겠다. 창 밖으로 물이 덜 튀기 때문일까?

모름지기 뱃놀이 하면 바다를 가르는 바람을 맞으며 맥주 한사바리 마셔주는게 정석이건만, 여기서는 울릉도 저동항에 배를 대는 순간까지 실내에 머물러 있다가 울릉도 입도를 하게 된다.


 

 

뱃멀미... 어디까지 겪어봤니.

 

멀미가 심한 사람이라면 배를 타기 전에 뱃멀미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할텐데 나는 배멀미가 없다. 고로 뱃멀미를 걱정해본 적이 없다.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스물 초반에 필리핀 여행에서 작은 모터배를 타고 섬 여행을 할 때 다른 친구들이 멀미로 고생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는데도. 그래서 나는 이번에 울릉도행 씨스타호를 타면서도 뱃멀미에 대한 걱정을 전혀 안하고 있었다. 



 

이번 씨스타호는 그 옛날 필리핀의 작고 귀여운 통통배보다 훨씬 큰 배였고, 그래서 안심했는데 한마디로 아비규환이었다. 

배가 출발하기 전부터 반복해서 안내 방송이 나오기를


 '현재 동해안의 파고가 2M가량으로 높게 측정되니 아직 멀미약을 복용하지 않은 승객께서는 1층 매점에서 멀미약을 구매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거 그냥 멀미약 판매하려고 그러는거 아냐? 생각했다. 파고가 2m라고 해봤자 실감이 안나니까. 그리고 옆 자리에 앉은 울릉도 현지 아저씨가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걱정하지 말고 밤이나 까먹으라고 밤을 쥐어주셨다.


편의점에서 멀미약을 두개 샀는데 하나는 엄마가 드시고 하나는 남편이 출항하면서 상황을 판단하고 빠르게 마셨다. 아빠는 필요없다 하시다가 결국 식은땀 흘리며 울릉도에 입도했다. 나도 가다보니 머리가 아파와서 의자에 몸을 기대고 눈감고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씨스타호는 쾌속정이다. 쾌속정은 커다란 유람선이나 화물선처럼 바다를 가르면서 가는 것이 아니고 파도 위를 통통 튀어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게다가 파도가 높다고 하니 높은 파도를 따라서 위아래로 울렁이며 빠르게 통통.  


출발하면서 찍은 영상인데 이 때까지는 사람들도 다들 활기차고 울렁거릴 때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신났다. 하지만 배에 속도가 붙으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난 꽤 뒷자리에 앉았는데 화장실과 가까운 곳이었다. 화장실은 여자화장실, 남자화장실 한 칸씩 있는데 안에서 토하는 소리가 앉은자리에서 다 들렸다. 몇몇 사람들은 화장실 근처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가 더이상 비워낼 것이 없어지면 뒷쪽 빈 자리에 거의 눕다시피 하며 잠들었다.

 

배 안에서 맥주를 마실 심산으로 사 들고 탔는데 배가 너무 흔들려서 좀 이따 먹으려다가 안먹기로 했다. 화장실 가야될까봐. 

그렇게 3시간 30분 가량 가야하는데 점점 머리가 아파왔다. 그래도 차라리 새벽에 출발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자서 배 안에서 잘 수 있는게 축복이었다.


평소 울릉도 가는 배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다음번 돌아올 때는 미리 멀미약을 먹었더니 아주 아무렇지 않았다. 멀미약은 꼭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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