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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 우리나라

울릉도 자유여행 : 2박 3일 첫날 일정 성인봉 등산

by 수쟁이 2018. 10. 24.

나에게 성인봉이란

성인봉은 울릉도 한가운데에 우뚝 솟은 산이다. 그런데 울릉도에서등산이라는게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왜냐면 내가 돌아본 울릉도는 평지가 거의 없다. 대부분의 길은 오르거나 내리거나 기울어졌거나 그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성인봉을 오르게 된 것은 오롯이 부모님의 소망이었다. 


등산에는 많은 준비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등산을 평소에 안하니 당연히 등산화도 없고 그냥 평소 신는 스케쳐스 운동화를 신고 갔는데 발이 아파 사망에 이를 뻔 했다. 스케쳐스 운동화 자체는 편한데, 문제는 산에 오르내릴 때는 평소 발보다 조금 큰 치수의 신발을 신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올라갈 때는 높은 계단, 가파른 지형 때문에 허벅지가 아팠다면 내려올 때는 그 반대로 무게가 발가락 끝으로 쏠려서 발가락이 너무 아팠다. 발가락이 아프면 발가락에 힘을 주게 되고 그러면 종아리와 무릎, 허벅지 전체적으로 긴장이 되서 다같이 더 아픈 시너지 효과를 낸다.


우리는 울릉도 도착한 당일 오후에 성인봉을 오를 예정이었는데 펜션 주인 아주머니가 말씀하시길 보통 성인봉 등반은 새벽에 일찍 다녀오는게 낫지, 오후에 가면 시간이 좀 아깝다고. 그래도 우린 꿋꿋이 간다고 했다. 제일 험난한 일정을 먼저 해치우고 싶은 마음이었다. 다행히 펜션 주인 아저씨께서 성인봉 등반 코스가 시작하는 KBS 중계소 앞까지 태워 주셔서 한결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성인봉 등산 코스

성인봉 등산 할 때 대표적인 코스가 몇가지 있다.


1. KBS중계소 출발-성인봉-신령수-나리분지-천부 방향 하산 (혹은 그 반대 코스) 

2. 대원사 출발-성인봉-신령수-나리분지-천부 방향 하산 (혹은 그 반대 코스)

3. 안평전 출발-성인봉-신령수-나리분지-천부 방향 하산 (혹은 그 반대 코스)




보통은 성인봉 등반시 위 3가지 코스가 대표적이다. 크게 보면 울릉도 남쪽 끝에서 출발해서 북쪽 끝까지 가로지르는 셈이다. 


하지만 꼭 그 코스를 따를 필요는 없으니 우리는 KBS 중계소에서 출발하여 다시 도동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그게 시간도 조금 덜 걸리기도 하고 도동 쪽에서 대충 장을 봐서 숙소로 돌아갈 생각에서였다. 


성인봉을 향해 출발

성인봉을 향한 여정 출발. 이미 앞서가고 계신 부모님. 처음엔 사진 찍으려고 뒤쳐졌지만 갈수록 체력으로 뒤쳐진 딸내미.


성인봉 올라가는 길에는 생각지 못하게 고사리가 많았다. 고사리가 여기저기 깔려있있으니 꼭 정글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고사리밭을 헤치고 올라가는 가벼운 오르막길. 

성인봉은 길고 긴 오르막길과 수많은 계단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오르막길의 가파르기는 그렇다 쳐도 계단은 왜 그리 한칸 한칸 높은지 모르겠다. 역시 산은 아무나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나보다. 트래킹 대여섯시간 해봤다고 등산을 할 수 있다고 착각했다니 어리석은 과거의 나를 원망하며 계속 올라갔다.


팔각정을 지나서였을까 이런 표지판이 나왔다. 같은 성인봉을 가는데 이리로 가면 1.9km, 저리로 가면 1.5km라니. 

근데 이런 표지판을 본다면 사람 생각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아, 1.5km 코스는 조금 더 힘들고 1.9km 코스는 좀 완만하게 돌아가나보다.' 


응 아니야.

괜히 넘겨짚어서 그럴 줄 알고 1.9km 코스로 올라갔는데 힘든 길로 멀리 돌아가는 코스였다. 내려올 때는 1.5km짜리 길로 내려왔는데 계단이 좀 더 많을 뿐이었다. 비슷하게 힘든거라면 빠른 길이 낫다.


그리고 1.9km라고 써있지만 워낙 가파른 오르막길이라 체감은 3km는 가는 것 같다. 분명히 이정도 걸었으면 2km는 간 것 같은데 끝은 보이지 않는 그런 기분...


휴 아직 저 위에도 계단이 보이네.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오기로 도착한 성인봉 정상! 대단하다 나자신. 

저 한자가 박힌 돌과 함께 인증샷을 찍어주면 성인봉 등산 완료. 


성인봉에서 바라보는 울릉도 꼭대기의 전경. 생각보다 잘 안보이지만 여기서 성인봉 돌 뒤쪽으로 한 10m 내려가면 전망대가 있다. 

놓치지 말고 꼭 가보길.



전망대에서 보이는 풍경. 울릉도의 돌산들과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이 날은 구름이 꽤 껴있었는데 차라리 땡볕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사진은 우리 아빠니까 프라이버시를 보호해드렸다.

자 이제 산을 올랐으니 응당 내려가야 하는데 내려가는 것도 일이다.


고난의 내리막길을 지나서 도동 방향 표지판을 따라 내려갔다. 올라올 때 지나오지 않은 길 같았는데 이 쉼터도 그 중 하나. 


내려가고 있으니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덕분에 볼 수 있던 좋은 경치. 이래뵈도 도동 시내에 점점 가까워지는 중이다.


이제 산을 벗어나서 시멘트가 깔린 길이 나왔다. 길가에는 하늘공원 억새축제에서 봤던 분홍색 억새도 자라고 있다. 

그런데 이 포장된 길도 정말 가파르다. 45도라고 말하면 과장이겠지만 40도는 된다. 왜 어른들이 산을 내려갈 때 뒤로 돌아 걸으시는지 몸소 깨달았다. 앞으로 걷다가는 무게중심에 못이겨 앞구르기를 하고야 말 것 같았다. 무릎도 너무 아프고. 등산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준비된자만이 등산을 하자. 


한장 찍어본 가파른 길 사진. 좀 덜 가파르게 나온 것 같지만. 


성인봉 등산을 마치고 도동에서 사동으로

나에게만 힘겨웠는지 모르겠지만 힘들었던 성인봉 등산을 마치고 도동으로 내려왔다. 

도동 시내까지 갔으면 편의점이나 큰 가게에 들렀겠지만 다들 지친 상태였으므로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 근처 구멍가게에서 대충 장을 봤다.

하지만 이건 아주 부루주아 같은 행동이다. 왜냐면 구멍가게.. 한 20년 전에 많이 있던 'oo상회' 같은 곳이었는데 소주 한병에 3~4천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울릉도는 원래 이렇게 비싼가 싶었지만 도동이나 저동 시내 편의점에서는 일반 편의점과 비슷한 정가에 판매하고 있다는걸 늦게 알았다. 


그렇게 호화로운 장을 본 후에 천부행 버스를 타고 사동항 근처에 있는 우리의 숙소 하얀고래펜션으로 돌아갔다. 

울릉도는 작아서 그런지 대부분의 버스기사님이나 식당 직원들이 어느 펜션이 어디에 있는지 다 아시는 것 같다. 친절한 기사님이 펜션이 어디냐고 물으시고 그럼 어디어디서 내려라~하고 안내해 주셨다. 

저녁을 먹고 내일의 일정을 위해 일찍 잠을 청했다. 부모님은 다음날 아침 사동항에서 7시 30분에 출발하는 독도로 가는 배를 타실 예정이었고 우리는 늦잠을 잘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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