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내는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서울 중에는 가장 가까운 동네이기 때문에 주말에는 꽤나 북적인다. 북한산에서 하산하는 등산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기 때문에 젊은 친구들 입맛의 음식점 말고도 다양한 메뉴를 찾아볼 수 있는 점이 연신내의 장점이다.
5년 전만해도 그랬다. 1차에 소주를 먹었으면 2차는 당연히 소주인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2차로 카페를 간다. 음주 10년차에 내일이 있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빌리엔젤은 처음 가봤는데 목이 아주 좋다. 연신내 6번 출구에서 바로 앞에 있는 파리바게트 2층에 있다. 큰길가 모퉁이에 창문도 시원하니 큼직하게 나있는데 그걸 발견한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늘을 자주 보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 내리거나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오면 바로 카페로 이어진다. 모두의 잎사귀 몬스테라 벽화와 금색 프레임의 가벽이 먼저 눈에 띄니 화려한 분위기가 와닿았다가 넓게 둘러보니 전체적인 백색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마치 옛날 지드래곤 솔로 하트브레이커 뮤비에서 본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주광등의 하얀 조명과 탁 트인 자리 배치는 왠지 나 자신이 너무 무방비하게 노출된 기분이 들었다.
카페나 술집은 조금은 어두운 분위기에 백열등으로 은은한 부드러움을 자아내는, 그게 마치 내가 부드러운 사람이 된 것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인테리어가 개인적으로는 취향이다.
연신내 빌리엔젤은 하얗거나, 핑크거나, 보라색이거나.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고자 했던 것 같다. 더 넓지만 하얗거나 핑크거나 보라색이거나에 포함인 부분이고, 사람들이 앉아있어서 사진을 안찍었다. 다시 이 사진을 보니 카페 치고 조명이 너무 많은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케익도 왠지 오묘한 컬러들. 대부분 크레이프 층층이 케익들이다. 케익도 더 많지만 진열대의 케익 뒷편에 놓여진 거울에 비치는 내자신이 부끄러워, 내가 비치지 않는 각도에서 아래쪽에 진열된 케이크만 찍어 보았다.
음료 두잔과 함께 친구가 크레이프 케이크를 먹어본적이 없다고 해서 티라미슈 크레이프를 한개 주문했다. 흘러내리는 꾸덕 초코가 킬링 포인트인 모양이다. 나는 크레이프의 축축한 종이를 씹는 듯한 그 식감을 좋아하는데, 친구는 마음에 안든다고 했다. 크레이프의 식감은 호불호가 갈린다는 걸 알수 있다. 총 17,800원이다.
요즘 유튜브에서 케이크 만드는 영상을 보고 있다. 어느 순간 홀린듯이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알고리즘은 늘 신기하다. 나는 케이크를 만들 수 없지만 잘 만들어진 케이크는 참 보기 좋다.
이 카페의 장점은, 사람 많은 토요일 저녁에도 자리가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아마 홍보가 덜 되었을까? 오래전부터 1층에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파리바게트의 존재감이 너무 커서 눈에 덜 띄는 걸까? 아니면 나처럼 새햐안 바탕에서 사과를 깨물어 먹던 지드래곤이 된 느낌이 못내 부담스러운 손님들이 많았던 걸까?
그래도 난 가끔 들러 케이크 한조각씩 사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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