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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 우리나라

12월 눈내린 한라산 겨울 여행 (영실코스->윗세오름->어리목코스)

by 수쟁이 2019. 12. 15.


이번 제주도 여행의 큰 목적 중 하나는 (엄마의 목적^^) 한라산 등반이었다. 

왕복 8~9시간이 걸린다는 성판악은 다행히 엄마가 다녀오신 적이 있어서 좀더 수월한 코스로 설렁설렁 다녀오기로 하고 선택한 코스가 영실탐방로에서 윗세오름까지 갔다가 어리목코스로 하산하는 것이었다. 

영실탐방로에서 윗세오름까지 갔다가 어리목코스로 하산

보통은 그 반대로, 어리목으로 올라가서 영실로 내려오는 코스를 추천한다. 

난 그냥 어리목으로 내려와서 버스타면 좀 더 숙소에서 가까우니까… 하산하고나면 피곤할것 같아서 … 그런 이유로 코스를 영실->어리목으로 잡았는데 사람들이 어리목->영실 코스를 추천하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특히 눈이 오고있을 때는 그렇다. 



영실 매표소 도착 후 영실 휴게소까지 50분 걸어 올라가기 (택시 추천)

우리는 240번 버스를 타고 영실 매표소에 내렸다. 전날 한라산에 눈이 내렸다더니, 눈이 살짝 쌓여있었다. 그리고 약 50분간 더 걸어서 영실 휴게소에 도착했다. 이미 쌓여있는 눈을 밟으며 올라가는데 나무에서 떨어지는 건지 눈이 살살 내리고 있었다. 올해의 첫눈을 한라산에서 맞게 될줄이야.


우선 영실 매표소에서 출발할 때 사진부터 시작해보자.



매표소에서 영실 휴게소까지 걸어가는 길에는 이정도의 눈이 쌓여있었다.


영실 휴게소에 도착하니 눈이 와서 아이젠이 없으면 입산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휴게소에서 아이젠을 두세트 샀다. 싼것은 15000원, 비싼것은 35000원 이었다. 짐싸면서 엄마가 아이젠 챙겨온다고 했을 때 무슨 제주도에 벌써 아이젠이냐구 오바라구 했던 나자신… 역시 엄마말은 들어서 나쁠게 없나보다. 



영실휴게소에서는 이것저것 판다. 한라산 매점이 없어졌대서 컵라면이며 김밥이며 바리바리 싸들고왔는데 요 매점에서 컵라면도 팔고 주먹밥도 파는 것이었다. 다만 우리가 도착했을 쯤은 컵라면이 품절이라고 하였다. 컵라면 챙겨 오자던 엄마 말씀을 잘 들어서 다행이다. 


영실탐방로 입산 


등산로 입구까지는 그렇게 눈이 많이 안 쌓여있어서 아이젠 진짜 오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산에 대한 지식이 없는 나의 어리석은 안전불감증. 올라갈수록 눈이 점점 두꺼워진다. 영하로 유지되는 산의 온도 때문인지 눈인지 얼음인지 나무는 새하얗게 덮여있다. 


올라갈수록 확실히 깨달았다. 눈이 오고있다는 걸… 내 뺨따구에 차갑게 쳐덕쳐덕하는 이 눈은 나무에서 떨어진게 아니라 하늘에서 내리고 있는 것임을. 



이렇게 귀엽게 나뭇가지에 내려앉은 눈 풍경과 함께 등산을 시작했다.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점점두꺼워진다.



그만...  





추웡... 이것들은 얼음이다. 더이상 눈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곳은 무슨 경치를 볼 수 있는 전망대라고 한다. 그러나 그 어떤 전망대에서 둘러보아도 눈앞에 보이는건 하얀 눈 뿐이었다. 한라산에서 볼 수 있는 멋진 절경들을 전혀 볼 수 없어 아쉬웠으나 그 또한 좋은 경험이겠지. 

뜻밖의 겨울왕국. 예상치 못한 인투디언노운. 




설경이 정말 말도 안되게 이뻤음. 여기는 거의 포토존이었다. 



내가 산에 온건지 산호초를 보러 온건지 모르겠는 풍경이다.






예쁜 얼음 꽃



들판도 얼어붙었다. 분명 뭔가 멋진 풍경이 보였어야 할 것 같은 들판이다. 


 


관종까마귀. 밥 달라고 따라다닌다.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해서 준비해온 회심의 컵라면과 김밥 등등을 꺼내 먹었다. 


남벽분기점을 다녀올까 고민했지만 어차피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므로 윗세오름에서 하산하기로 했다. 




어리목으로 하산 

단체로 온 등산객들은 우리와 같은 영실코스로 올라왔는데 내려갈 때도 영실코스로 내려갔다. 주차 때문일수도 있겠는데 어쨌든 그들의 선택이 옳았다. 

이렇게 눈이내려 아무것도 안보이는 상황이라면 영실이 어리목보다 볼거리가 더 많은 것이다. 영실에서 이쁨을 자랑하던 눈꽃들은 어리목에서는 보기 힘들었다. 어차피 경치는 보이지 않고 하얀 세상뿐이니 둘 중 고르라면 영실이 훨씬 볼거리가 많은 그런 상황. 


갈수록 시야는 점점 좁아졌다.  



어리목으로 내려오면서 그나마 가장 맑았던 순간이다. 이것도 사진 찍으니 금새 다시 안개가 내려앉았다. 

어리목은 딱히 영실을 오르면서 봤던 감동을 넘어설만한 눈꽃 경치를 찾지 못해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다. 덕분에 열심히 하산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2시간이 채 안걸려 어리목 주차장에 도착했다.


버스시간도 얼추 맞아 오래 기다리지 않고 240번 버스를 다시 타고 제주 시내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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