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느끼기 위해 파주의 심학산으로 갔다. 수투바위 주차장에서 출발하면 정상전망대까지 30분이 채 안걸린다. 왕복 1시간이 안 걸리는 것이다.
심학산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아무리 낮은 산이라도 우습게 봐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출발 전에 맥도날드에서 맥모닝 세트로 구매한 생수가 없었다면 아주 힘들었을 것이다. 산에 갈때는 늘 채비를 단단히 해야겠다.
심학산 둘레길 코스 지도
비록 야트막한 산이지만 여러개의 코스가 있다. 둘레길이 있고 등산로도 있다.
둘레길은 만만한 이름과는 다르게 6.8km의 강행 코스다. 우리는 수투바위 주차장에서 출발하므로 정상전망대만 찍고 내려오는 4코스로 가게 되었다. 거리가 0.8km라서 우습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길을 잘 헤매는 바람에 힘들었다. 산에서의 0.8km는 평지에서의 동일 거리와는 체감이 다르다는 것은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알아챌 수 있었다.
시작은 맑은 햇살을 받으며 출발했다. 아직 햇살도 기분도 공기도 맑은 상태. 그로부터 약 15분 지났을까, 마스크 안으로 숨도 차고 뜨거운 입김이 혐오스럽고 내가 내쉰 이산화탄소만 다시 들이키는 것 같고 머리가 어지럽고 산소가 부족하고 그랬다.
수투바위까지 기껏해야 300m라는데 대체 어느 바위가 수투바위인지 알 길이 없었다. 큰 바위가 나타날 때마다 여기인가 싶었다. 오늘 본 바위 중 제일 크고 많았던 것이 수투바위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건 너무 작은 바위. 너희는 수투바위가 될 수 없어.
이 바위산이 수투바위라고 본다.
그 밖에도 많은 바위를 만날 수 있다.
반가운 이정표를 만났다. 등산 시작 전에 심학산 둘레길 코스 지도를 보면서 정상을 갔다가 배밭을 갔다가 낙조 전망대를 가네 마네 고민했다. 역시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 전에 하는 고민은 쓸데가 없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힘들어서 정상만 갔다가 내려가기로 했다. 고작 1km도 안되는 등산에 지쳐버린 초라한 몸뚱이가 야속했다.
올라가용.
그래도 울릉도 성인봉의 가파름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그날의 절망을 아직도 마음에 품고 있으니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힘들 땐... 하늘을 올려다 봐 ...
멀리 정자가 보인다. 다 왔다는 뜻이다.
평화길이라면서 왜 불안하게 철조망을 쳐놨는가?
시원하게 뚫린 파주의 전경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나무 테라스는 모두의 포토존이다.
코로나 시대에는 이런 곳을 가려면 최대한 일찍 출발해야 한다. 도착 이후 점점 사람이 많아지는 걸 느끼며 하산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많은 단풍을 구경하지는 못했다. 숨이 차서 주변을 둘러볼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경치도 자신을 단련하는 사람에게 허락되는 것이었다.
하늘도 있고 강도 있고 높이도 있으니 낙조전망대가 있을만 하다. 다음번엔 지는 해를 보러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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