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주말 오전, 가을 없이 무턱대고 찾아온 겨울 날씨로 내내 추웠던 평일을 지나 갑자기 따듯한 햇살이 내리 쬐었습니다. 어쩌면 마음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요. 어디를 나가볼까 하다가 '파주 삼릉'을 알게 되었습니다. 파주 삼릉은 1,000원의 입장료가 있는데 파주인이면 무려 50% 할인된 500원에 입장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별 기대없이 도착한 파주 삼릉, 너무 만족스러운 산책이었습니다.
매표소에서 티켓을 구입하면 티켓과 작은 종이 하나를 같이 줍니다. 대문을 들어갈 때 수표함이라고 적힌 통에 작은 입장권을 넣습니다. 몰랐으면 그냥 휘휘 들어갔을 것인데 수표함 옆에도 직원이 계시니 지적받기 전에 미리 수표함을 인지해야합니다.
입구로 들어서면 오른편에 휠체어 유모차 보관소가 조그맣게 있습니다.
너무 귀여운 도토리 수거함이 보입니다. 도토리를 무단으로 채집해가는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다람쥐에게 도토리를 돌려주라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있습니다.
현수막의 애절한 다람쥐 표정을 보면 도토리를 집어갈 수 없겠지요.
해설사실이 있는데 운영을 안하는 것 같았어요.
다양한 식물들이 있고 푯말이 잘 표시되어 있어서 식물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과 함께 가면 설명해주기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전체적으로 시원하게 뻥 뚫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넓은 잔디, 푸릇푸릇한 숲과 맑고 파란 하늘로 시야가 가득 찼어요. 파주라서 가능한 뷰가 아닐까요. 침엽수가 많아서 단풍이나 낙엽이 대단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완연한 가을의 모습도 궁금합니다.
물론 겨울에 눈이 사라락 내려앉아도 예쁘겠고요.
넓은 잔디와 저 뒤의 산. 고즈넉하다는 표현이 딱 맞습니다.
파주삼릉 역사문화관도 운영하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넓은 파주 삼릉. 릉이 세개 있어서 삼릉입니다. 그런데 저는 두개 밖에 못봤어요. 워낙 넓기도 하고 사실 세개 다 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다음을 기약해야지요.
이런 냇가가 흐르는 다리를 건넙니다.
그 이후로는 초록초록한 큰 나무들이 무성한 숲길이 나옵니다. 가만보니 단풍나무 같은데 단풍물 든 가을에 보면 더 예쁘겠어요.
처음 도착한 릉은 영릉입니다. 효순황후와 영조의 아들인 진종의 릉입니다. 진종은 10세에 돌아가셨다고 하네요. 10살에 사별한 남편... 시절이 시절이지만 놀랍습니다.
영릉 오른편에 숲길이 있었는데요, 개방 기간이 10월~11월까지라니까 더 구미가 당겼습니다. 영릉과 순릉 숲길이 1.65km에 약 60분이 소요된다고 적혀있어서 조금 두려웠는데, 생각해보니 1.6km에 한시간이나 걸릴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들어가 걷다보니 길게 돌아가는 길은 막혀있어서 그렇게 오래 걸릴 필요도 없었어요. 많이 쳐줘야 20분 걸렸을 것입니다.
시작은 오르막. 하지만 경치가 너무 좋습니다.
사방에 깔린 소나무들도 구경할 수 있고요.
쉼터라고 쓰여진 곳인데 연못이 있고 앉을 수 있는 정자가 있습니다. 산책로가 힐링 그 자체였어요. 토요일 12시쯤 방문했는데 인파라고 할 것도 없이 한적한 산책을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산책로를 걷다보면 이렇게. 멀리 돌아가는 길은 막아 놓았습니다.
여기가 순릉인 것 같은데요, 이쪽 부근에 유난히 벌이 많습니다. 건물 벽에는 '말벌 조심'이라고 써 붙여있었고 그 경고문을 봄과 동시에 위이잉 하는 말벌이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는 바로 튀어왔기 때문에 이런 뷰에서 찍게 되었습니다.
순릉을 찍고 다시 입구쪽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어쩜 이런 높은 나무들로 길이 만들어져 있는지 감탄스럽습니다. 한적하고 고즈넉한 좋은 산책시간이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서 나갈 때 까지 50분 정도 걸어다녔네요. 50분 더 건강해졌습니다. 다른 계절에도 다시 방문해보고 싶은 곳입니다.
그럼 여기서 파주 삼릉 후기를 마칩니다. 위치는 아래 지도를 참고해주세요. 아 그리고 파주삼릉 근처 홍원 연수원 옆에 참게매운탕으로 유명한 집이 있는데 어제 가볼 걸 후회스럽습니다. 참게 매운탕에 관심 있는 분은 능골매운탕집을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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