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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 남의나라/뉴질랜드

뉴질랜드 남섬 여행 : 테카포 밤 구경

by 수쟁이 2018. 10. 9.
별이 빛나는 밤의 핫풀 
 뉴질랜드에 가면 한번은 뜨끈한 노천탕에 들어가야지 생각하고 미리 수영복을 챙겼는데, 마침 테카포 호수 근처에 테카포 스프링스(Tekapo springs)라고 핫풀장이 있다. 저녁에 여기를 가려고 미리 bookme에서 핫풀 입장권을 사 뒀다. 리셉션에서 구매하면 27NZD인데 북미닷컴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16NZD에 샀다. 

<위 사진 출처: tekapo springs 홈페이지>

 호수와 설산 전망의 핫풀. 내가 기대했던건 핫풀에서 노곤노곤 몸을 녹이면서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쳐다보는 것 이었기에 해질녘쯤 되어 테카포 스프링스로 향했다. 위치는 레이크프론트 롯지에서 도보로 7분 정도였다. 9월 초 아직 아직은 늦겨울 날씨였지만 당당하게 쪼리를 신고 출발했다가 5분 안에 후회했다.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의 호수와 설산은 또 다른 느낌이다. 


 인터넷에서 본 사진과는 달라보이는 테카포 스프링 입구... 내부에서는 핸드폰을 락커에 넣어 둬서 사진을 따로 안찍었다. 락커는 유료였고 3달러였는데 한국어도 지원된다. 락커 대신 선반에 짐을 올려두는 사람도 많다. 나도 두꺼운 잠바는 그냥 탈의실에 걸어뒀다. 
 
 근데 외국 사람들은 풀장에 들어가면서도 핸드폰을 들고 들어간다. 방수팩 따위 없고 그냥 훌훌 들고 들어가서 셀카를 찍고 놀더라. 

핫풀 풀장이 3개가 있었는데 온도가 조금씩 다르지만 온천처럼 뜨겁지는 않았다. 그나마 성인만 입장 가능한 풀장이 따땃한 편이었는데 차가운 공기 밖으로 조금만 노출되면 바로 덜덜 떨렸다. 



 최대한 물 밖으로 안나가고 따땃하게 지지고 있는데 해가 지고 별이 한개 두개 보이기 시작했다. 밝은 별부터 보이다가 그 주변으로 하나 둘 더 생겨나는 별 무리들이 보였다. 엄청난 은하수가 펼쳐질거라 기대했는데 어째 그 정도는 아니었다. 
 살짝 실망했는데 별이 많이 안보인 건 그저 그 풀장이 밝은 곳이기 때문이었다. 핫풀을 나와 숙소로 가는 길의 하늘은 별밭이었다. 
 

캐논 eos M10 미러리스로 밤하늘 은하수 사진 찍기 


 비루한 보급형 미러리스 캐논M10으로 찍은 밤하늘 별사진. 
 숙소에서 5분 쯤 걸어나가서 찍었는데 초점도 잘 안맞아 짜증나고 셔터 스피드를 20초~30초 놓고 찍으려니 기다리기도 춥고 힘들어서 대충 하고 들어갔다. 그러다가 숙소에서 사진을 확인하는데 그 와중에 한 장 건진 사진이 위 사진. 희망을 얻고 다시 나갔다. 이번에는 남들 다 가는 선한 목자의 교회 앞에서 찍어보자 마음 먹었지만 거기까지 가기에는 너무 추웠고 중간에 멈춰서 찍기로 했다. 


 비록 주변 경치는 잡초와 가로등이지만 내 인생첫 은하수 사진을 건졌다. 밝은 빛이 없으면 초점 자체를 아예 못 잡길래 어쩔수 없이 가로등이나 핸드폰 불빛에 초점을 잡고 찍었다. 어떤 고수님은 밝은 별에 초점을 잡고 찍으면 된다 하셨는데 내 카메라는 그런거 안되나봄... 그래도 이 날 연습을 해둔 덕에 마운트쿡 가서는 더 안정적인 은하수 샷을 건질 수 있었다. 



 잠들 수 없는 도미토리의 밤   

 우리 숙소는 4명이 사용하는 도미토리였는데 어느 외국인과 우리 둘 해서 3명이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처음에 숙소 들어갔을 때는 아무도 없어 몰랐는데 저녁에 들어와보니 한명이 침대에 누워있는데 세상에 냄새가... 도미토리가 뭐 당연히 불편하고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건 알지만 이건 정말 말도 안되는 냄새였다. 샤워를 한달 안 해도 그정도 될 수 있을까? 눈을 뜨고 있으면 눈이 시려워서 눈을 감아야 했고 덥지만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애써 잠을 청해야 했다. 그래도 한 두시간 정도 잔 것 같다. 

 동틀녘 쯤 되어 참지 못하고 탈출했다. 


 호수 넘어로 가느다란 초승달이 걸려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도 우리는 다시 돌아가야 하는 도미토리에 대한 불안감에 싸여있었다. 좀 더 일찍 알았다면 방을 바꿔달라 했을텐데.

 체크아웃 하며 나가는 중에 하우스키핑 직원이 우리 방문을 확짝 열어두고 심각한 표정으로 방향제를 뿌리고 있었다. 우리를 잠 못들게 한 그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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